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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2일 금요일

외고 문제의 핵심은 공교육의 경쟁력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외고에 대한 논의를 보면 초점이 잘 못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고가 나름대로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외고에 입학하려는 경쟁을 심화시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억제하려고 하는 사교육비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것이 ‘외고 폐지론’의 대체적인 논거인 것 같다. 이런 논의를 보면 예전에 고등학교의 평준화를 위해 무시험 진학 제도로 바꿈으로써 전국 각지에 자리 잡았던 명문고들이 일거에 없어졌던 역사가 떠오른다. 대개 이런 식의 대증적 처방은 문제를 해결한다기 보다 악화시키게 된다. 나름대로 특출하게 발전한 학교를 성장하도록 돌봐주지는 못할망정 싹을 없애 버리는 것이 과연 우리의 교육 정책이 되어야만 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문제는 전반적인 공교육의 비능률에 있는 것이지 외국어고등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공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보이는 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칭 명문고로 알려진 어느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선생님의 수업은 안 듣고 학원 진도에 맞춰 다른 책을 꺼내 놓고 공부한다는 것이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사제의 도를 떠올리기도 민망하게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교 학부형이 될 누구든 붙잡고 물어도 이런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아이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도전해야 하고, 교사도 열심히 준비해야만 제대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살아 있는’ 학교를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이런 단적인 예를 보더라도, 최근 외고의 해법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키운 학교를 없애는 데 잇는 것이 아니라 침체되어 있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올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교육 행정의 문제는 수많은 요인들이 인과관계로 얽혀 있고, 이해가 다원화 되어 쉽사리 유일한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대증적 요법은 늘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므로 더디더라도 근본 문제를 공략하는 길만이 올바른 방향이다. 외고 문제도 교육을 하나의 산업 현상으로 보고, 그 속에서 공교육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즉 공교육이 사교육과 정면으로 경쟁해서 우위에 서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근본 해법 중에는 중고등학교 교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우선순위에 포함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충분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밤 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현행 임용고사 제도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임용고사 점수가 곧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직책도 마찬가지지만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유능한 인재의 풀(pool)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교사의 길을 가겠다는 사람이 사범대학에 들어가면 이들에 대해서는 졸업과 동시에 우선 교사로서 임용했기 때문에, 애초에 교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사명감을 갖고 사법대학에 진학하려던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던 동기부여 효과가 있었다. 현재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비 사범 계 대학의 문제제기에 따라 지금은 학과를 불문하고 연 1 회 실시하는 임용고사를 거쳐 성적 순으로 교사를 채용한다. 결과적으로 사범대학을 나왔어도 임용고사에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게 되었다. 차제에 옛 제도를 복원하여 사범대학 졸업자는 교사 임용을 보장하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면 오늘날의 취업난과 교원 임용고사의 극심한 경쟁률로 미뤄볼 때, 교사 직에 사명감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스승의 길’을 걷고자 몰려들 것이고, 공교육은 사교육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2009. 10. 29 드러커리즘 연구소장 문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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