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50번 만에 운전면허 필기(학과)시험에 합격한 60대 할머니가 기능시험을 통과했다는 이야기가 화제다. 이 할머니의 이야기는 지난 해에 이미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775 번 낙방했을 때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었었는데 이제 그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 화제의 주인공인 한 할머니가 지난 2005년부터 무려 5년 간 950번의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도전한 끝에 합격을 했다는 것이다. 이 기록은 그 동안 주말과 국경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 시험을 치렀다는 것과, 그리고 그 동안 들어간 인지대를 포함한 비용만 해도 얼추 2천 만원 가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야기를 다루는 대부분의 매체들의 논조는 하나의 가십거리로서 주인공인 차 할머니의 불굴의 집념을 칭찬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본질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 특유의 도전정신 문제가 아니다. 그 쪽보다 필자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독한 관료주의를 본다. 이 이야기에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은, 차 할머니가 5 년 간 거의 가망 없는 시험을 수 백 번 치르고 낙방하는 동안,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국내 방송과 해외 토픽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동안, 이 시험제도에 관계된 이들은 그저 평소대로 시험 감독만 기계적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운전면허 불합격 횟수로서 기네스 북에나 오를 만한 이런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이 이야기의 숨은 주인공인 운전면허 관계자들은 법규를 지켰으므로 처벌은 할 수 없으되 도저히 창의력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무대책의 관료주의의 전형을 보였다.
“면허증을 꼭 따 직접 운전한 차로 장사를 하고 아들, 딸 집에도 놀러 가고 싶다”는 한 노인의 소박한 희망을 좀 더 일찍 실현시키기 위한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면 차라리 그 할머니를 설득하여 지레 포기시키는 것이 나았지 않았을까? 혹은 그 집념을 포기 시킬 수 없었다면 어느 시점에선가 특별 지도라도 해서 좀 더 조기에 합격을 시키고자 배려하는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 혹은 이 사례를 계기 삼아 운전면허 시험 제도를 보다 실용적으로 바꾸고, 이해력 부족으로 필기 시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방안을 포함하는 제도를 입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무후무한 운전면허 필기시험 낙방 기록이 세계 토픽이 되었고, 이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은 단지 정해진 규칙을 기계적으로 지킬 뿐, 약한 개인이 한 없이 고통을 당해도 꿈쩍하지 않는 융통성 없는 관료주의적 이미지가 박히게 되었다.
전 세계적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체들은 고객을 섬기며, 고객에게 서로 차별화 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한다. 따라서 기업체는 비교적 형식주의, 안정과 무사고를 지향하는 관료주의가 자리잡을 틈이 없고, 부단히 혁신을 해서 고객 가치를 높이는 일이 체질화 되어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방법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점차 관료주의적 무사안일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앞의 이야기를 어느 시골 노인의 얼빠진 이야기라고 실소에 부칠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시민을 위한 개선과 혁신 방안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이런 부끄러운 해외토픽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드러커리즘 연구소장 2010. 1. 21 문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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