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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4일 월요일

비정규직 문제와 '파견의 품격'

2009. 6. 30 조선일보 시론, 문근찬 한국사이버대 경영학부 교수

비정규직 법안의 개정을 두고 온 나라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 논쟁은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다. 단지 응급처방 내지 이념적 주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비정규직 문제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면 요즘 정치권과 여야의 주장보다는 차라리 전에 방영되었던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 드라마는 사회의 변화 속에 현실로 자리 잡은 파견사원이라는 비정규직 문제의 애환과 대처를 개인과 사회의 차원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파견직 오오마에 하루코는 시급 3000엔의 특A급 수퍼 파견직원이다.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고 정규직 사원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파견사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정규 직원보다 일 잘하는 파견사원은 어찌 보면 사회를 변모시키는 주역일지도 모른다.사회현상은 일종의 생태계와 같이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현재의 상황으로 표출된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도 따지자면 노조 및 경직된 고용의 관행과, 이를 비켜가려는 조직의 자본주의적 합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단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면 4대 보험을 비롯하여 온갖 비용의 원천이 되니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비정규직의 비중을 늘리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지식경제로 이행되면서 사람들의 전문성은 다양하고도 깊어져서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같이 능력 있는 비정규직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이런 문제를 두고 비정규직을 시한부로 없애라는 식의 법을 제정한 것은 겉으로는 차별받는 비정규직을 보살핀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열심히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며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대부분의 주역을 '나쁜 사람'으로 모는 이념적 발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오늘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사회 현상의 정당성 문제를 단숨에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기업 내부의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진정 기업의 경쟁력은 종업원의 역량에서 나오므로 종업원은 회사의 자원이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종업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장기적으로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도록 대접해야 한다. 그러나 종업원 관계를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골치 아픈지 아는 기업으로서는 핵심 역량과 밀접한 종업원 외에는 파견사원으로 채우는 방식에 유혹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이는 결국 인사관리라는 골치 아픈 일을 외주화하는 전략으로서 기업 경쟁력의 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과거에 비정규직은 말단 서기 업무, 전화 교환원, 전표 기입을 위한 경리 등 정규직을 보조하는 업무에 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거의 모든 직종에 다양한 파견사원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컨대 공장을 착공하여 시험 가동할 때까지만 맡아줄 공장장을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도 있고, 외국과의 합작 협상을 위하여 법률 고문을 채용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비정규직은 단지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이념적 잣대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 현상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로 우리가 모르는 새에 기업 조직은 압도적인 비율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아마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물론 비정규직의 확산이 사회 정의라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사원은 별 실력 차이도 없는 정규직 사원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보상을 받으면서 계약 해지의 두려움에 늘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현상의 불합리한 점을 법제화로 일거에 어찌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하면서 현재로부터 차근차근 해법을 찾아 나가는 자세, 이것이 진정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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